“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현대판 의료 선교”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강성석 대표)가 6월 29일 설립됐다. 한국에서 마약으로 분류된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자며 나선 시민단체는 처음이다. 세계에서 대마 규제가 가장 강력한 국가로 꼽히는 대한민국에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해 단체를 설립한 이는 39세의 젊은 개신교 목회자 강성석 목사다.

‘의료용’이라는 단서가 붙어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약중독으로 가는 관문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단체 설립을 보도한 언론과 포털 사이트에는 부정적 의견이 댓글로 많이 달렸다. 서울혁신파크에서 7월 21일 기자와 만난 강성석 목사는 “‘마약을 합법화하자는 목사가 있다니, 당장 감옥에 보내라’는 댓글도 보았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이 진행되던 1970년에 ‘습관성 의약품 관리법’이 제정되었고, 1973년 대마가 코카인과 아편, 양귀비 등과 같은 마약으로 분류됐어요. 당시 정부가 제작한 홍보 영화나 뉴스 영상을 보면, 대마를 하고 자살 충동을 느껴 자살하거나, 폭력적 성향으로 변하거나, 환각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나와요. 왜곡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마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이 시기에 생겨난 것입니다.”

강 목사는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대마에 대한 인식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개인 자유를 억압하면서 함께 생겨났다고 평가한다. 대마는 장발과 미니스커트보다 1년 정도 늦게 마약으로 분류되어 단속됐다.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설립을 위해 준비 모임을 진행하던 때부터 참여한 노인들도 같은 증언을 한다고 강 목사는 말한다. 그는 “첫 준비 모임에 참여한 8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1970년대 이전에는 지금 같은 단속이 없었다’, ‘의료가 발전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시골 동네에서 약재로 썼다’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 대마는 인류가 사용한 중 가장 오래된 약재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장병이 나면 사용하던 약재였다. 대마는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현재 대마를 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의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강 목사가 찾은 미국의 대마 관련 의료 연구 논문만 1만 6,000여 편이다.

캐나다와 미국 24개 주, 네덜란드, 우루과이 등은 의료 연구를 근거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의료용 대마는 뇌전증,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과 각종 암, 에이즈 치료에도 사용된다. 모르핀 등 아편으로 만들어진 진통제와 다르게 중독 증상이 없다. 아직 한국에서는 대마를 이용한 의약품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 됩니다. 마약 성분의 진통제가 사용될 수 있는 건 마약류관리법이 허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은 몰라도 연구 개발은 허가받으면 제약 회사나 의대 등에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마는 연구 개발도 되지 않고 있어 아쉽습니다.”

강 목사가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신경을 크게 다쳐 수술한 경험과 관련이 있다. 감리회 목회자였던 강 목사(현재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 소속)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에서 사역했다. 사역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강 목사는 한 사업체가 기부한 쌀 500포대를 옮기다가 디스크가 파열돼 긴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잘되어 현재 오른쪽 발가락 두 개만 마비됐지만, 그는 입원했을 때 더 큰 고통을 경험하는 다른 환자들을 만났다.

“신경 계통 수술 환자들과 함께 있으면서 환자들의 고통을 처음 보았어요. 입원실이 중환자실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목이나 허리가 부러져 입원한 분도 많았어요. 같은 병실에 있던 분들이 수술받은 곳이 너무 아파 계속 진통제를 놓아 달라고 호소했어요. 제가 아픈 것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어요.

그런데 마약성 진통제는 자주 투여할 수가 없어요. 진통제를 통해 마약중독을 경험할 위험성이 너무 크니까요. 퇴원하고 나서 관련 논문과 글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의료용 대마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중독성도 없고, 마약성 진통제처럼 다른 부작용도 없더군요.”

 

강 목사가 알게 된 의료용 대마는 진통제 역할만 하는 게 아니었다. 뇌 질환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 환자에게 특히 많이 사용됐다. 뇌전증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의료용 대마는 오일(oil) 형태로 판매했다. 일명 ‘CBD 오일’은 대마에 들어 있는 칸나비디올 성분이 포함된 약품이다. 칸나비디올은 몸의 자가 치료를 활성화하는 성분이다(의료용 대마는 담배처럼 피우지 않고, 주로 오일·패치·알약 등으로 제조된다).

“뇌전증 환자에게 CBD 오일을 사용하면 발작 횟수가 50%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의학 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으니 뇌전증 환자 가족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지요. 뇌전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한국 부모들은 CBD 오일을 해외에서 직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해외에서 직수입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CBD 오일을 주문한 가정이 검찰에 압수 수색을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수입해서 사용한 지 몇 달 지난 상황에서 마약 사범으로 조사를 받습니다. 현행법상 THC성분이 0.0005% 이상이면 마약류로 분류합니다. 부모들이 구입한 제품이 세관은 통과하지만, 칸나비디올 함유량을 검찰이 조사해 수사한다는 말이지요. 함유율이 0.0005% 미만인 식용 대마와 화학용 대마는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화학용 대마는 주로 화장품 등에 쓰입니다.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CBD 오일은 직수입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관련해서 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아픈 동물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데, 아픈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니 이상하지 않나요. 의료용이 아닌 일반 대마도 술·담배보다 해롭지 않다는 것이 현대 의료계 정설인데도 말이지요.”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환,
관련법 개정 위해 싸울 것”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에 동참한 시민들은 “의료용 대마는 생존 문제”라고 강조한다. 뇌전증 환자 40만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항암 치료, 에이즈 치료 등 부작용이 심한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부작용으로 음식을 먹지 못할 때, 의료용 대마를 복용하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알츠하이머,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고통이 큰 신경 계통 환자의 증상을 호전하는 효과도 크다.

좋은 약품으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상황인데 한국 국민은 약품으로 쓸 수 없다. ‘대마=마약’이라는 강력한 공식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 목사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이루는 일에 가장 큰 어려움은 대마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 인식을 깨지 못하면 의료용 대마도 합법화하기 쉽지 않다. 강 목사는 “대마를 완전 자유화한 나라들도 오랜 논의와 연구를 거쳤다. 의료용이라고 대마 합법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정서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미 오래전 밝혀진 대마 관련 연구 결과만 봐도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미국립약물중독연구소는 1996년 보고서를 통해 대마가 담배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밝혔다. 독성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의존성과 중독성이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마약 종류와 달리 대마는 환각 증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에는 대마가 완전 합법화하면서 코카인과 헤로인 등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에 알려진 정보는 1970년대 생산된 정보의 재생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나 에이즈 문제처럼 발전된 논의와 연구 결과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것이지요. 1970년대 초, 미국은 대마를 ‘공산주의자가 피우는 담배’로 인식하게 선전했어요. 닉슨 대통령이 히피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과 미국의 다른 점은 한 가지입니다. 미국은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닉슨의 홍보 전략이 거짓이라고 부정했습니다. 마약으로 분류한다든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광고 등에 대해 반박한 것이지요. 한국은 독재 정부 영향으로 잘못되고 왜곡된 정보를 그대로 흡수했습니다. 한국의 의학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대마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여전히 누구도 반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정부와 국회에 현재 해외에서 논의되는 의료용 대마와 관련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월 초에는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 위원장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만나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에도 해외 사례와 논문 등을 기초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민원을 넣었다. 식약처는 “사실을 알고 있고,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20년 이상 투쟁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만큼 바꾸어 가야 할 편견이 크다. 많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 운동에 동참할 시민도 필요하다.

“현재 의료용 대마 관련 연구를 진행할 전문가, 법제화를 위한 법률 전문가 등을 찾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제 시작된 운동이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생존이 걸린 사람들을 위해,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려고 합니다.

함께 운동하는 분들이 ‘종교인인 목사가 앞에 나서 줘서 고맙다’고 말해요. 배우 김부선 씨가 연예인들과 함께 대마를 한 처벌이 너무 과하다고 소송을 낸 적이 있는데, 사회적으로는 연예인들이 대마초 계속 피우려고 한다고 욕을 많이 먹었어요. 이후 12년 동안 대마와 관련한 시민운동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종교인이 나서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려고 한다니, 사회적 비판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기독교인들도 의료용 대마가 마약이라고 생각해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에서 아스피린 먹지 말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환자에게 필요한 약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운동이 하나의 의료 선교, 사회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게 살고 죽기 위해 적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의료용 대마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2265

 

By | 2017-11-13T14:00:09+00:00 11월 13th, 2017|뉴스|“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현대판 의료 선교”에 댓글 닫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