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9살짜리에게 대마초를 주는가 – 녹색평론 116호 (2011년 1-2월호)

녹색평론 116호 (2011년 1-2월호)
나는 왜 9살짜리에게 대마초를 주는가

마리 명옥 리(Marie Myung-Ok Lee) –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소설작품으로 Somebody’s Daughter가 있다. 지난 40여 년간 마리화나를 연구해온 하버드 의과대학 명예교수 레스터 그린스푼(Lester Grinspoon) 박사에 의하면, 대마는 중독성이 없으므로 마약으로 분류되는 것은 옳지 않다. 대마는 다양한 질병에 부작용 없이 큰 효과를 나타내는 탁월한 약초이며, 그 밖에 섬유 등 다방면에 걸친 쓰임새를 갖고 있다. 오늘날 민간에서의 사용이 국가적 억압을 받고 있는 데에는 식물의 실제 가치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글의 출처는 그린스푼 박사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http://marijuana-users.com)이다

2009년 5월 11일

내 아들 제이에게는 자폐증이 있다. 척수종양으로 두 번 큰 수술을 받았고, 염증성 장 질환을 갖고 있다. 그 모두가 통증을 일으키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말을 하기는 하지만 상당부분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 한동안은 항염증성 약이 통증을 억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효과가 없어졌다. 아이는 사람을 물고,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을 쳐서 날려버렸다. 그만큼 통증이 심하면 누구나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을지 모른다.

제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가 성질을 부리는 것에 대해 의논하자고 나와 남편을 불렀다. 그것은 아이의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교사들은 제이가 무는 것에 대비해서 태권도용 보호대를 팔에 차고 있었다. 그들은 정신과 치료를 권했다. 그런데 제이 같은 자폐증 아이들은 ‘상담’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여기서 정신과 치료란 곧 항정신성 약물(성인의 경우에는 ‘리스페달’, 소아의 경우에는 ‘토라진’), 진정제 투여를 뜻하는 것이다.

리스페달은 지난 한 해 38만9천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처방되었는데, 그 중 24만 명이 12세 이하이다. 조울증,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자폐증 등의 치료를 위해서다. 그런데도 리스페달은 아동에 대하여 “장기적 안전성 검사를 한 번도 거친 적이 없”고, 약품에는 부작용에 대한 엄중한 경고가 붙어있다. 미국 식품의약국 데이터에 근거한 <USA투데이> 보고에 따르면, 리스페달과 역시 ‘비정형(非定型) 항정신성 약물’로 분류되는 흔히 사용되고 있는 5종 약품으로 인해 2000년에서 2004년 사이에 소아환자 45명이 사망했다. 나는 리스페달을 복용하고 있는 자폐증 자녀를 가진 부모들을 탐문해 보았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증상이 호전된 경우를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뉴잉글랜드의학지>에 실린 한 연구(2002년)는 ‘자폐증적 짜증(흥분, 화, 과민증)’에 리스페달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실험은 아동 49명을 대상으로 8주간 추적한 것에 불과하며, 그 때문에 “부작용을 추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연구자 자신들이 시인하고 있다.

우리는 제이의 담당의사를 만났다. 그는 연구논문들을 검토했고, 리스페달이나 그 비슷한 약재를 쓰지 말자는 데 우리와 의견을 같이했다.

학교는 우리 부부를 다시 불렀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건강에 관련된 글을 이따금 써온 사람으로서, 나는 어느 동종요법가가 제안한 의료적 마리화나 사용에 관심이 갔다. 대마초(마리화나)가 진통제 및 불안 진정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기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최고의 장점은 안전하다는 점이다. 그 동종요법가는 마리화나가 영구적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공격성을 줄인 사례들을 보여주는 자폐증 관련 출판물들을 소개해주었다. 연구에 의하면,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40배에 달하는 대마초 성분을 투여받은 쥐들에게서 나타난 부작용은 잠이 드는 것이었다. 하버드 의과대학 명예교수 레스터 그린스푼 박사는 지난 40년간 대마초를 연구해왔는데, 지금껏 마리화나가 사망을 초래한 사례는 폐암환자의 경우에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합성 대마성분을 함유한 ‘마리놀’이라는 처방약은 주류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모양이었고, 그래서 우리는 제이의 담당의사와 의논해 보았다. 조그만 알약 두어 개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진 못한다. 그렇지만 약 일 주일간 복용량을 조절해가며 투약을 한 뒤, 아이는 학교에서 빛나는 통지표를 받아오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제이는 공격적 행동을 300회 했습니다”가 아니라, “제이는 말하기 수업에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제이는 합성약품에 내성이 생기는 경향이 있었고, 두어 달이 지나자 공격적인 행동이 되돌아왔다. 어느 저녁 나는 내가 교편을 잡고 있는 대학캠퍼스에서 열린 ‘의료용 마리화나 옹호’ 모임에 나갔다. 마리놀은 마리화나와는 비교도 안 되며, 천연식물에는 대마성분이 마리놀의 적어도 60배는 된다고 그들은 알려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로드아일랜드는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된 13개 주(州) 중 하나다. 그러나 나는 저항했다. 선친(先親)은 마취과 의사였는데, 자신이 취급하던 정밀한 약들과 비교해서 마리화나를 아주 비과학적인 것으로 비웃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홀치기염색 양말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학교에서 나는 이미 도시락에 유기농 케일과 김치를 싸주고, 인공염료가 든 음식을 못 먹게 하는 별난 엄마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자기 아이에게 대마초를 주는 엄마가 될 참이었다!

그때 나는 제이가 생후 18개월이었을 때를 회상했다. 우리 가족은 휴가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이가 약간 절면서 걷는 것을 보고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소아과 의사는 웃었다. 그렇지만 나는 다른 의사가 진료해보겠다고 나설 때까지 거듭 다시 찾아갔다. 결국 제이는 응급수술실로 실려가,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힐 참이었던 종양을 제거했다. 때로는 그냥 직감을 따라야 하는 게 올바른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주저했다. 마리놀만 해도 혼란스러웠다. 정해진 복용규정이 없어서 알약 수를 가감하면서 잘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용할 대마초는 불법약품이었고, 그런 이유로 과학적 연구도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의료적 마리화나의 사용허가를 받는 데 필요한 소견서에 제이의 담당의사는 서명을 해주었다. 제이는 주(州)에서 마리화나 사용허가를 받은 최연소자가 되었다.

허가를 받는 것과 마리화나를 손에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캘리포니아에는 공인된 재배자들에 의해 생산된 질 좋은 마리화나를 파는 약국들이 있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에는 환자들이 마리화나를 구하려고 주도(州都) 프로비던스 중심가에 나갔다가 강도를 만났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그럼에도 주지사(공화당)는 마리화나의 도입을 누차 거부해왔다. 우리는 오염 가능성이 있는 길거리 마리화나를 살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그러나 의료용 마리화나는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그 때문에 복잡한 수경재배장치, 환풍기, 정밀한 조광(照光)장치를 갖춘 별실이 필요했다.

우리는 면허를 갖고 있는 재배자를 소개받았다. 그는 원예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유기농 배합토를 사용해서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방법을 궁리해냈다. (이 사람의 이메일 서명에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인용되어 있다) 그는 약초 병들을 담은 배낭을 메고 왔다. 우리는 병뚜껑을 열고, 갖가지 품종의 싹 냄새를 맡아보았다. 야생 블루베리 냄새가 나는 블루베리, 강한 포도주 풍미가 나는 사우어디젤 등. 그는 차(茶)로 쓸 수 있도록 가공한 잎도 가지고 있었고, 글리세린 팅크, 마리화나를 추출한 올리브유, 쿠키, 라바램프(유색액체가 든 장식용 램프)처럼 생긴 이상한 기구도 가져왔다. 이것은 흡입기로서, 이 훈증기는 발암성 연기를 내지 않으면서 대마초를 가열할 수 있었다.

대다수 성인들은 훈증기를 선택한다. 환자는 효과를 당장 느낄 수 있고, 복용량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는 용감하게 밸브를 입에 물고 우리가 연기를 뿜어 넣도록 허용했지만, 연기는 곧바로 콧구멍으로 나와버렸다. 아이는 연기를 뿜는 만화 속 공룡 같았다. 그 재배자는 한 달분의 마리화나 차, 글리세린, 올리브유와 쿠키 제조법을 두고 갔다. 마리화나 식물 싹은 두고 가지 않았다. 우리는 80달러를 지불했다.

우리는 마리화나 올리브유로 쿠키를 만들어 저녁식사 후 조그만 쿠키 반 조각을 제이에게 먹여보았다. 제이는 보통 7시반 경에 자러 가는데, 6시반에 벌써 피곤하다고 하면서 곯아떨어졌다. 우리는 매 시간 살펴보았다. 아이는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보통 아이는 얕은 잠을 자며 뒤척이곤 했는데, 잘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났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제이는 더 이상 그 쿠키를 먹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주먹으로 부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마리화나 차(茶)를 만들었는데, 고약한 풀 냄새가 났다. 아이는 차를 마시기는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마리화나의 정신작용 성분들은 지용성이다. 그래서 나는 쿠키에 썼던 올리브유를 차에 몇 방울 넣었다. 그걸 마신 아이는 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공격적이었다. 제이가 입을 통해 마리화나를 섭취할 때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2시간은 걸리고, 그때가 되어서는 용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재배자가 다시 왔고, 한 번 더 아이에게 흡입기를 써보려 시도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어쩌면 제이가 마리놀에서 벗어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2주 후, 우리는 약간이지만 꾸준히 공격성이 줄어드는 것을 알아챘다. 아이는 신경질적으로 셔츠를 씹어 구멍을 내는 습관을 멈췄다.

이제 한 달쯤 되었다. 일관성 있는 결과를 가져올 복용량이나 섭취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말하긴 아직 이르다. 제이가 훈증기를 사용하는 법을 익힌다 하더라도 그건 600달러나 한다. 온 집에 마리화나 냄새도 진동할 것이다. 또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싶지도 않다. 마리화나로 제이를 진정시켜 미네소타에 있는 아이의 할머니를 뵈러 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단속 약품을 소지하고 비행기를 오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러나 제이에게 ‘특별한 차’를 마시게 한 이래로, 때때로 고통뿐이던 그 작은 얼굴은 부드러워졌다. 미소도 더 많이 짓는다. 아이가 다니는 특수학교의 개인별 기록부에는 작년에 ‘진전 없음’을 나타내는 빈 칸이 많았다. 온 종일 짜증과 좌절감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로 진전이 있어서, 4월 보고서에는 ‘공격행동 없이 2번 단체외출’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치렀던 가장 큰 시험은 할머니의 방문이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이의 외할머니가 오셨을 때 제이는 성질을 부리다가 할머니를 때리기까지 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차를 주면서 냄새를 감추려고 고지(인동과 관목) 열매를 섞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민을 온 우리 어머니는 마리화나 냄새를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은 그 냄새는 한국에서 쓰는 약초인 쑥과 냄새가 비슷하다. 어머니는 제이가 전보다 안정되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공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이가 사라졌다. 아이가 또 기분이 나빠져 짜증을 부리려나 보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할머니의 구두를 들고 와서 할머니 앞에 가지런히 놓아주는 게 아닌가! 아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내 직장동료들이나 제이의 학교 선생님, 학부형들, 생각이 덜 개방적인 의사들이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곤혹스럽다. 십대에 가끔 마리화나를 피우기는 했지만, 현재 나는 법을 준수하는 성인이고, 그 모든 마약에 관한 무서운 메시지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약품을 대하듯이 대마초를 조사해 봤을 때, 마리화나가 제이에게 적어도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이처럼 유용하고 무해한 식물이 오명을 쓰고 있는 사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제한된 연구결과들조차도 암 치료에서 마리화나가 보조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마리화나의 이미지는 새로 정립돼야 할 것 같다.

2009년 10월 5일

지난 봄 나는 자폐증과 알레르기가 있는 9살짜리 아들 제이를 위해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허가를 신청한 이야기를 썼다. 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격성으로 발전하는 아이의 복통과 불안을 마리화나가 달래주기를 기대했다. 대마초가 통증과 근심을 완화시킨다는 연구들을 읽고, 담당의사와 상의를 한 뒤에 우리는 그것을 한번 써보자고 결정했다. 제이에게 한 달간 날마다 대마초 차와 마리화나를 추출한 기름을 넣은 쿠키를 먹게 한 후 아이가 전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려웠다. 아침에는 상태가 좋다가도 식사 때 음식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제이는 배가 아파서 학교에서 돌아오면(학교에서는 대마초를 섭취하지 않는다) 부엌으로 달려가서 차와 쿠키를 달라고 했다. 그것들이 그 끔찍한 복통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대마초실험을 시작한 지 넉 달째인 지금 제이의 상태는 어떤가? 최근 어느 날, 제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정말로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온전한 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마리화나를 사용하기 전에 제이는 음식이 아닌 것을 먹었다. 그런 증상을 부르는 이름이 있는데 이식증(異食症)이라고 한다. (임신한 여자들에게서 분필과 세탁용 풀을 먹으려 드는 증세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제이는 티셔츠 칼라를 아래로부터 씹어서 뜯어내고 풀어진 실들을 삼켜버렸다. 학교를 마치고 올 때쯤에는 셔츠의 앞면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이의 이식증은 몹시 심해져 잠옷 상의나 베개(베개속까지)도 남아나지 않았다. 우리집 오래된 누비이불 하나는 천조각들로 해체되었고, 양모담요는 제이가 씹어 먹어 구멍을 냈다. 나는 아이에게 유기농 면직으로 된 셔츠만 입히기 시작했는데, 매일같이 새 셔츠를 사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이가 화장실에 앉아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뱃속으로 들어간 것이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의 소화기관 안에서 기다란 실들이 엉키는 악몽을 꾸곤 했다.

대마초를 시작하고 거의 즉시 이식증은 멈췄다. 그냥 멈춰버렸다. 요즘 제이는 유기농 면과 모가 섞인 자극성이 약한 이불을 덮고 잔다. 그는 이불을 턱까지 끌어 올리고는 “포근해”라고 외친다.

다음으로, 제이의 학교통지표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의 교과과정은 응용행동분석이라는 치료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름이 암시하듯이 거기에는 꼼꼼한 데이터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8월 학부모 모임에서 제이의 선생님은 흥분해서 아이의 6~7월 ‘공격성’ 도표를 보여주었다. 공격적 행동이란 타인을 때리고, 차고, 물고, 꼬집으려 드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지난해에는 매일 꾸준히 공격적 행동 30~50건을 보였고, 300건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6월과 7월에는 공격적 행동이 0건인 날도 있었고, 그런 날들이 연속된 경우도 있었다.

증거는 또 있다. 최근 2~3년간 우리 부부에게 가장 힘들고 예측불허였던 순간은 통학버스를 맞을 때였다. 제이는 버스에 뛰어올라가자마자 운전사의 얼굴을 때리기도 하고, 아이들을 돕기 위해 동승한 어른들에게 달려들어 물려고 하기도 했다. 아이의 행동은 사람들에게서 최악의 모습을 끌어냈다. 우리가 농담 삼아 간수(看守)가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했던 한 여성 통학버스 요원이 있었다. 그 여자는 모든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 같았지만, 유독 제이에게 경멸적으로 대했다. 우리 앞에서 아이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운전수와 보조원들이 전부 교체되었다. 나는 문득 이 사람들이 아는 제이는 ‘대마초 제이’ㅡ매일 아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고, 조용히 자기 자리에 가 앉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소년ㅡ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제이를 봐주던 보조인이 아파서 대신 어떤 여성이 제이가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괴상한 미소를 띤 그 얼굴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나는 그 얼굴에 증오에 찬 찡그린 표정을 겹쳐보고서야 남편에게 외쳤다. “그 여자지, 그렇지?” 우리는 웃었고, 지켜보던 제이가 “우스워!”라고 말했다.

행복한 마리화나 이야기에는 우여곡절이 있다. 대마초가 제이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경감시켜주면서, 그로 인해서 아이의 자폐증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공격적인 행동은 현저히 줄었지만 돌발행동ㅡ비명이나 기뻐서 내지르는 소리 따위ㅡ은 그대로다. 제이의 상태가 나쁠 때에는 우리 부부는 소리를 질러대고 음식이 담긴 접시를 던지는 제이의 눈에 띄지 않게 비켜나 있었다. 지금은 우리는 훌륭한 항상성(恒常性)에 도달해 있다. 집 안의 물건들은 깨지지 않고, 우리의 팔과 제이의 얼굴에는 긁힌 자국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마당에서 놀거나, 산책을 하거나, 제이와 함께 2인승 자전거를 타려고 밖으로 나가보면, 이웃사람들이 우리 가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점이 그들의 마음에 늘 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 사람들은 이해심이 깊다. 그러나 다음 골목에는 자기 아이와 공놀이를 하다가도 우리를 발견하면 멈추고, 아이를 집 안으로 밀어넣고, 제이가 유쾌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외쳐도 못 본 체하며 돌아서는 남자가 있다. 제이가 밖에서 좀 심하게 소리를 낼 때 우리에게 고함을 지르는ㅡ우리가 볼 수 없도록 다른 집 뒤에 숨어서ㅡ남자가 바로 그 사람인 것 같다. 또 제이 또래 아들을 둔 여성이 있는데, 우리와 지나칠 때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우리의 파티 초대도 분명하게 무시했다. 또 우리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인사를 하는 법이 없는 한 가족이, 울타리 저편에서 “흐응, 저게 제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21세기식 따돌림을 당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그런 것들은 작은 사람들에 의한 작은 괴로움일 뿐이다. 내가 속한 학과의 학과장은 제이를 자기 집에 초대해서 수영장에서 놀게 했고, 아이가 이웃에 소리를 지르는 것도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그 이웃들은 불평하지 않는다. 아주 ‘쿨’한 십대 소년 몇 명은 늘 하교길에 우리집 짧은 울타리 옆을 지나가는데, 제이가 반가워서 “안녕, 안녕, 아안녀엉ㅡ” 하고 외치면, 항상 진심으로 화답한다. 나는 대마초가 제이에게 집 밖으로 나가 삶을 경험할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 때로 그로 인해 아이가 아픔을 겪더라도 기쁨도 주기 때문이다.

나는 마리화나가 자폐증에 대한 기적의 치료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추어 약초 연구가로서 나는 마리화나가 위험하거나 때로는 영속적인 부작용을 일으키는 제약회사의 약품들과는 달리 제이가 더욱 완전하게 삶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멋지고 안전한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복용량과 좋은 품종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이트러시안’이라는 것인데, 극심한 통증을 다스려야 하는 암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이다) 통증이 없어져서 제이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다. 또 폭력적인 행동으로 소아 정신병원에 갇힐 일도 없을 것이다. (제이 같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엄마는 아이가 과거 자폐증을 보이다 회복했는데, 그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자폐증 아이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광범위한 조사 후 그녀도 역시 나처럼 대마초에 귀착했다. 그녀는 “마리화나는 자폐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가진 거예요” 하고 말한다. 그건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자기 얼굴을 할퀴던 불과 1년 전 제이의 사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 누구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피를 철철 흘리는 딱지투성이 얼굴을 한 사진 속 작은아이는 딴 세상 사람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아는 지금의 제이는 약에 취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단지 행복한 어린 소년처럼 보인다.

대마초는 우리를 끊임없이 놀라게 한다. 우리는 아이가 복통을 피하려고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증세)를 심각하게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마리화나는 이러한 증상들을 오히려 조절하는 것 같다. 배가 아프다는 신호는 허기와 함께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이는 아직도 어떤 음식이 좋으면 지나치게 흥분하는 수가 있어서, 나와 남편은 아이가 무엇을 먹을 때 방해되지 않도록 다른 방으로 피해주기도 한다. 일전에는 제이가 아기였을 때 무척 좋아했던 된장국을 주어보았다. 1년 전에 줬을 때에는 제이는 그릇을 벽으로 날려버렸다.

우리는 식당에 김이 나는 국그릇과 제이를 함께 남겨두고 옆방으로 피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숟가락이 국그릇과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만족스러운 후루룩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나서 식별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츠카 츠카 츠카 브스ㅡ트 도잉! 우리는 된장국물로 칠갑된 벽을 예상하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말짱했다. 그런데, 국그릇과 숟가락이 사라지고 없었다.

제이가 설거지감을 싱크대로 가져가서 헹구고, 식기세척기에 넣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번도 아이에게 설거지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다. 물론 우리가 하는 것을 수없이 보기는 했을 것이다. 4개월만에, 제이는 음식을 먹이기도 어려웠던 아이에서, 스스로 먹고 뒤처리까지 할 수 있는 소년이 된 것이다. 말끔하진 못해도 거의 헹궈진 그 국그릇은 제이의 엄마로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였다.

2010년 4월 19일

지난 여름 우리는 대마초실험 6개월째에 도달했다. 우리는 자폐증 아들의 복통과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의료용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있었고, 그의 행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를 목격하고 있었다. 제이는 미소를 짓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가정방문 치료사 한 명은 제이처럼 다정한 자폐증 아이는 처음 본다고 했다), 먹고 난 음식그릇을 스스로 알아서 치우기도 했다. 제이의 의사와 함께 대마초효과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의 결정이 타당한 것 같았다. 나는 또 자기 아이에게 대마초를 쓰고 있는 다른 부모들의 말도 들어보았다. 그 중 한 아이는 스미스-마제니스 증후군(자해를 포함하여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유전적 장애)을 갖고 있었고, 또 한 아이는 안 먹어서 거의 죽을 지경의 자폐증 아이였는데, 마리화나를 쓰고 나서 건강을 회복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른 투약을 개시할 참이었던 스미스-마제니스 소년도 역시 좋아졌다.

그런데 이 모든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멋진 여름을 보낸 뒤, 우리는 암초에 부딪혔다. 그렇지만 그 경험으로 대마초가 무엇을 제이에게 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 마리화나를 공급해주는 ‘유기농씨’는 세 명의 환자들을 위해 의료용 대마초를 기르는 한편, 밥벌이를 해야 했다. 거리에서 불법적인 마리화나를 파는 일은 수지가 맞지만, 의료용 대마초를 공급하는 일은 그렇지 못하다. 로드아일랜드 주(州)법에 따라서 유기농씨는 실비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일은 매일 많은 노동과 설비를 요구하지만, 환자의 수요 이상으로 수확이 있어도 재배자는 그 여분을 판매할 수 없다. 마리화나 사용허가를 받은 다른 환자들에게 기증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콜로라도를 비롯한 몇몇 주(州)에서는 의료용 마리화나 소매점 매장을 건립하여 단속하고 있다. 가령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른바 ‘대마초 구매자 클럽’이라고 하는 매장들이 실제로 스타벅스보다도 많다. 로드아일랜드에는 그런 유통 통로가 없다.

그래서 지난 여름, 우기농씨는 인근 휴양섬의 식당에 취직을 했다. 그는 농장을 떠나면서 자기 부모님 냉동고에 말린 대마초를 가득 재어주는 등, 제이가 쓸 여분을 준비해 주었다. 그는 가을에 돌아와 다시 재배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제이는 대마초로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 동안 휴가를 얻은 남편은 나한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제안ㅡ이제 소설에 집중해보라고 했다. 정말로 괜찮을 것 같았고, 나는 ‘야도’ 예술인촌에서 두어 주를 지냈다.

9월, 유기농씨는 때맞춰 볕에 타지도 않은 모습으로(일만 했을 것이다) 전보다 더 많은 약초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재배장소를 찾는 문제로 약간 어려움이 있는 듯했다. 예전에는 자기 아파트에서 재배했는데, 안전문제와 옷가지며 머리카락에까지 스며드는 냄새 때문에 다른 장소를 찾고 있었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돌려 적당한 장소를 아는지 수소문해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 대마초를 다른 유익한 식물들(가령 우엉뿌리처럼)과 똑같이 여기게 된 나머지 ‘허가받은’ 재배자가 ‘의료용’ 대마초를 재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빠트려버렸다. 친구들은 내게, 이제 불법 유기농-마리화나 사업을 시작하느냐며 웃었다. 오해는 풀었지만 장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제이의 평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어느 날 결국 아이의 울화통이 터졌다. 그 다음에는 때리기. 때때로 물기. 그런 뒤 옷을 찢으며 비명 지르기, 발끝을 바닥을 향해 펴고 앉기(통증이 심하다는 가장 명백한 표시다). 그 다음에는 용변을 보기 위해 한밤중에 깨어나, 울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잠옷 목선에 이빨자국이 보였다.(대마초를 쓰기 전에 이식증이 있었다) 나는 제이가 먹는 음식에 혹시 내가 간과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폈다. 그리고 대마초 복용량을 조금 올려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를 약간 멍청하게 만들었다가, 호전적으로 만들었다가 할 뿐이었다. 학교에서 보이는 공격행동도 빈발하기 시작했다. 이 퇴보로 우리 부부는 참혹한 심정이었다. 제이가 말을 배우다가 두 살때 다시 못하게 된 때와 같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유기농씨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짐작되는 바가 있는지 물었다.

“화이트러시안 품종이 빠져서 그런지 모르겠네요”라고 그가 말했다.

“지금 갖고 계신 것은 남겨두었던 품종들을 모두 섞은 거예요.”

내가 이해하기까지 잠깐 시간이 걸렸다ㅡ제이는 잡다한 품종의 배합물을 복용하고 있었던 것이구나.

“그 속에 화이트러시안은 전혀 없나요?”

“전혀요.”

“그럼 언제 주실 수 있어요?”

“다시 재배를 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언제냐에 달렸지요. 빠르면 좋겠지만.”

마리화나는 크게 두 계열로 구분한다. ‘시티바’는 대마초의 표지모델 격인 뾰족한 잎이 다섯 개 달린 길쭉한 식물인데, 이것은 사람을 사교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인디카’는 키가 작고 잎이 무성하고 수지질의 커다란 봉오리가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반짝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진통효과가 있고 졸음을 유발한다. 제이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써 왔다. 그 둘의 잡종인 화이트러시안이 마법의 조화를 이루었던 것이다. 이것은 제이의 통증을 완화시키고 졸리게 만들지는 않으면서 더 사교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를 밀어젖히던 아이가 포옹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10월에 이르러 제이는 앞서 쓰지 않았던 여러 종의 혼합물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효과가 없었다. 문제였다. 유기농씨는 아직도 장소를 구하지 못했다. 첫 파종도 요원한데, 씨를 뿌리고도 90일은 길러야 하고, 그러고 나서도 말리고 가공하는데 몇 주가 걸리는 것이다. 나는 ‘로드아일랜드 환자연대’에 연락해 보았는데, 거기서 알게 된 사실로 걱정이 더욱 커졌다. 화이트러시안 품종은 우리 지역 전체에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그 이유는 탁월한 통증완화 효과 때문에 말기 암 환자들이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유기농씨는 제이가 체중 300파운드(약 136킬로그램) 성인을 쓰러뜨릴 수 있는 양의 대마초를 매일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통증을 가늠하며 나는 몸서리를 쳤다.

‘환자연대’의 조앤이 화이트러시안을 기증해줄 재배자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약속했지만, 별로 기대할 수 없었다. 나는 필사적인 심정으로 대안적 약물로 치료하는 자폐증모임 사람들에게 우리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자신의 자폐증 아이가 많이 호전되어 다른 아이들도 돕고 싶어 하는 한 엄마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녀도 공부를 할 만큼 하고 결국 의료용 마리화나에 귀착했다고 했다.

이 사람을 ‘원예부인’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녀는 마리화나 재배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아직 어린 싹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또 화이트러시안은 재배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예부인은 ‘쿠시’라는 이름의 이국적인 아프가니스탄 계통 커다란 수지질 봉오리를 갖고 있었다. 쿠시는 인디카 계열로 진통작용이 뛰어나서, 의료용 대마초 제품을 생산하는 영국의 한 제약회사가 선발했다는 품종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수퍼 팟’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쿠시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한 공화당 의원이 내놓았다) 원예부인은 그것을 어떤 환자를 위해 입수했던 것인데, 그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우리에게 기증해 주었다.

나는 그 쿠시를 조금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반은 올리브유에, 반은 글리세린에 담가 두었다. (천연의 단맛이 있고 글루텐이 없는 용매라서 내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몇 시간에 걸쳐 저어가면서 타지 않도록 가열하며 추출하는 동안 그 냄새가 온 집에 가득 찼다. 제이는 글리세린으로 추출한 달콤한 것을 좋아해서 점적병에 넣고 떨어뜨려 먹었고, 올리브유는 쿠키 만드는 데 썼다. 그런데 일 주일이 지나는 동안 결과는 한결같지가 않았다. 아이는 조금 기분이 나아지고 통증은 완화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짜증을 내고 폭력적이었고, 한참씩 마구 웃어대기도 했다. 그 쿠시는 유기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게 화이트러시안과 쿠시라는 품종 차이 때문인지, 살충제 따위 오염물질 탓인지 알 수 없었다.

10월 말경, 유기농씨가 화이트러시안을 조금 구해 왔다. 우리는 말린 잎 한 자루를 샀고, 그는 올리브유에 아주 진하게 추출해 주었다. 2주일이 채 되지 않아서 아이가 학교에서 보이는 공격행동 횟수는 한 자리 숫자로 떨어졌고, 없는 날도 있었다. 이만하면 과학적 증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제이의 통증과 거기서 비롯된 공격성을 다스리기 위해 그저 마리화나면 아무것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화이트러시안을 확보하고, 나는 추수감사절에 만찬을 준비해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과거에 음식냄새는 제이에게 지나친 자극이 되었다. 작년에는 제이가 음식이 가득 담긴 그릇을 다른 사람도 아닌 임신중인 시누이에게 뒤집어 엎었다. 올해, 우리는 식탁에 앉았고, 기도를 올렸다. 제이는 몸을 흔들지도, 음식을 움켜잡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처럼 할아버지를 포크로 찌르지도 않았다. 아이는 그저 맛있게 먹었고, 그리고 내 생각에, 조금 감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유기농씨가 마침내 멋진 재배지를 찾았을 때, 나도 구경을 갔다. 그는 제이를 위한 화이트러시안만을 재배할 특별한 장소를 마련해 두었다. 냄새가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커다란 탄소필터들이 있는 금속박편을 입힌 방이었다. 식물은 모두 화분에 담겨 있었고, 맞춤 유기농 비료에서 영양을 얻는다. 관개설비도 별도로 되어 있었다. 조광(照光)을 엄격히 조절하여 모든 유효성분들의 생산을 최대화하였다. 유기농씨는 그 ‘숙녀’들이 시간대에 따라 다른 음악을 즐긴다고 말했다. (수분되지 않은 암컷 식물이 가장 약효가 크다) 파헬벨의 카논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숙녀’들은 건강해 보였고, 건강을 줄 것 같이 보였다, 선녹색 잎들과 불룩한 봉오리들은 머리 위 강렬한 빛에 반짝이면서, 오직 제이를 위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By | 2023-08-03T09:35:56+00:00 6월 27th, 2018|아카이브|나는 왜 9살짜리에게 대마초를 주는가 – 녹색평론 116호 (2011년 1-2월호)에 댓글 닫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