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의 해방을 위하여 – 녹색평론 117호 (2011년 3-4월호)

녹색평론 117호 (2011년 3-4월호)

대마초의 해방을 위하여

레스터 그린스푼(Lester Grinspoon) – 의학박사. 하버드 의과대학 명예교수.
이 글은 그의 저서『Marihuana Reconsidered』(1994년판. 초판은 1971년, 하버드대출판부)의 서문이다.

마리화나 정치사

내가 처음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마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1960년대였다. 당시 나는 대마초가 몹시 해로운 마약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고, 갈수록 많은 어리석은 청년들이 대마초에 대한 경고를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믿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1967년에 마리화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내 목표는 그 위험의 성격과 정도를 과학적으로 정의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학적·의학적 문헌과 일반적인 문건을 살펴보면서 내 관점은 변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잘못된 정보에 의해 오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리화나의 위험에 대한 믿음을 뒷받침할 경험적 증거는 거의 없었다. 1971년에 발행된 책『마리화나 재고(再考)』를 위한 기초 조사를 마쳤을 즈음에는 나는 대마초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해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책의 제목은 그러한 견해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3년간의 연구로 나는 대마초가 술이나 담배보다 훨씬 덜 해로울 뿐만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어떤 피해도 연간 40만명에 달하는 마리화나 관련 인신구속(人身拘束)으로 인한 손실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기존의 합법적인 약품들보다 마리화나가 훨씬 덜 해롭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게만 되면 그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폐지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10년 이내에 성인들의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언했다. 나는 당시까지도 불법 약품에는 특이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불법 약품은 그 사용자들을 항상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많은 이들을 반드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성인의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는커녕,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을 계속해왔다. 하마다 마리화나와 관련된 인신구속(대부분 젊은이)이 수십만 건에 달하며, 정치풍토도 너무나 심각하게 나빠져서 마리화나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논의하는 일조차 어렵게 되었다. 정신약리학 분야에서의 매카시즘이라고 할만한 사태이다.

『마리화나 재고』출판 이후, 마리화나를 금지할 타당한 과학적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1937년 마리화나세법(稅法)의 근거가 되었던 앤슬링거(미국 연방마약국(FBN) 초대 국장으로 1930년대 마리화나 반대활동으로 유명하다 – 역주) 시대의 잘못된 생각들 – 마리화나가 폭력적 범죄, ‘성적 과잉(sexual excess)'(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중독을 일으키며, 또 ‘더욱 강력한 마약들’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생각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그러자 마리화나 해금(解禁)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다시 ‘새로운 연구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연구들은 마리화나가 또다른 해를 끼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방정부는 새로운 건강상 위해(危害) 요소들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들에 지원을 크게 확대했는데, 그것은 주로 국립약물남용연구소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70년대 초, 마리화나가 뇌세포를 파괴하고, 정신이상을 일으키며, 남성호르몬 수치와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사춘기 소년들에게서 유방 발달을 일으키고, 기억력과 지적 기능에 손상을 주며,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염색체 파괴, 유전자 손상, 선천성 기형을 일으킨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을 발표하는 과정은 모두 전형적인 패턴을 따랐다. 각 연구는 불안을 조성하는 해설을 붙여 일면에 보도되었다. 그런 뒤 으레 그 연구결과들이 다른 실험에서 재현될 수 없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보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상반된 증거는, 혹시 출판이 되는 경우에조차도, 출판물의 뒤쪽에 짤막하게 단신으로 실린다. 결국 대중은 마리화나의 건강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인상만 갖게 되는 것이다.

1977년에 이르자 책의 개정판을 내놓아도 좋을 만큼 새로운 지식이 축적되었고, 그래서 나와 제임스 B. 바칼라는 그 사이 6년에 걸친 연구결과와 사회적으로 진전된 사항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장(章)을 책에 추가하였다. 10년 이내에 마리화나가 합법화될 것이라고 한 1971년의 내 예측은 빗나갔지만 우리는 개정판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어떤 문화적 조건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리화나에 대한 논의가 전보다 상식적이 되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 약을 남용 가능성이 높고 의학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점차 깨닫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내에 미국에서 마리화나가 합법적으로 판매될 수 있을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3년 전이었던 당시, 우리가 이렇게 낙관적일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닉슨 대통령이 1971년에 임명한 ‘마리화나 및 약물 남용에 관한 국가위원회’는 개인적인 사용을 위한 마리화나 소지 및 소량의 비영리 유통에 대한 처벌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였다. 1973년, 오리건 주는 최초로 마리화나를 비범죄화했고, 1온스 이하의 대마초 소지를 작은 벌금을 무는 민사상 위법행위로 규정했다. 1975년에는 알래스카 주가 4온스 이하의 대마초 개인 소지 및 재배에 대하여 처벌을 폐지했다. 카터 대통령고 미국의사회, 미국정신의학회, 미국변호사협회,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함께 마리화나 비범죄화에 찬성했다. 1977년까지 대부분의 주들이 대마초의 단순 소지를 경범죄로 격하시켰고, 1980년까지는 11개 주가 적극적으로 마리화나 소지를 범죄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와 같은 경향은 지속되지 않았다. 마리화나 개혁운동은 1970년대 말에 가장 활발했다가 다시 수그러들었다. 카터 대통령이 마리화나 개혁으로 나아가도록 했던 백악관 약물(마약) 고문 피터 보언 박사가 1978년 사임하고, 강격노선의 리 도고로프로 대체되었다. 같은 해에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하는 인구는 줄기 시작했고(전해에는 28%였다), 현재에는 15%에 불과하다. 레이건 정부는 ‘제로 관용’ 정책을 세웠다. 1983년에는 국내 마리화나 작물에 맹독성 제초제 파라쿼트를 살포해 죽였고, 북캘리포니아에서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대마초 식물을 뽑아내고 재배자들을 체포하였다.

1987년 대법관에 지명되었던 한 후보는 법학교수로서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아 사임해야 했다. 1989년에 부시 행정부는 녹색상인작전(Operation Green Merchant) 활동을 시작했다. 그것은 실내 식물재배 설비를 주문한 사람들의 명단을 압수하여 그 집들을 습격하는 것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또 마리화나 소지를 범죄화하도록 알래스카 주를 설득하여, 1990년에 성공을 서두었다. 같은 해에 의회는 마리화나를 소지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6개월 간의 자동차운전면허 정지조치를 거부한 주들에 연방교통기금 지급을 보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이 심화되는 가혹한 정책(그리고 마리화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히스테리)이 마리화나의 위험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마리화나 재고』초판이 발행된 후 25년간 실험실에서도, 사회학적·질병학적으로도, 마리화나로 인한 심각한 건강상 위험이나 사회적 문제는 놀랄 만큼 나오지 않았다. 오늘날 정부와 마리화나 반대자들의 태도는 전혀 실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불협화음은 이제는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훨씬 많아진만큼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1971년 이래 대마초의 위험을 연구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가 투입되었지만, 이 거대한 연구사업도 (마리화나를) 금지할 과학적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독성이 없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데도, 미국정부는 대마초 사용자들에 대한 전쟁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책을 정당화히기 위해서 정부는 (통상 마약단속국(DEA)을 통해서) 연구결과들을 왜곡, 과장, 삭제하고 있다.

대마초의 유해성을 심하게 과장하는 데 몰두한 정부는 당연하게도, 압도적인 증거 앞에서도 대마초의 의약품으로서의 유용성을 부인해야 했다. 1991년, 에이즈 환자들로부터 마리화나 사용허가 요청이 DEA에 쇄도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응으로 미국 공중보건국 제임스 메이슨 국장은 그동안 소수의 환자들에게 마리화나의 합법적 사용을 허용하던 IND 프로그램(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하고 사람에게 임상시험단계에 있는 의약품 – 역주)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불법약품 사용에 대한 행정부의 반대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중보건국이 사람들에게 마리화나를 주고 있다고 알려지면, 대마초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겠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좋지 않은 메시지다. 그 환자들을 도울 다른 방법이 없다면 또 모르겠다. … 게다가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에이즈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전혀 없다.”

대마초의 의료적 유용성

1971년에 나는 세계 전역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천 년이 넘게 마리화나를 사용해왔고, 심각한 독성이 있다는 증거는 거의 전무하므로, 심각한 건강상 위험이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구의 초점이 대마초의 의학적 용도와 뇌기능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도구로서의 가능성 쪽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방면으로는 별로 자원이 투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분야 모두에서 주목할만한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 연구자들은 뇌의 수용기가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 대마초 주성분)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흥미진진한 발견은 신체가 어떤 유용한 목적을 위해 스스로 대마성분 유사물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1992년 이 대마성분과 유사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가 처음으로 확인되었고, ‘아난다마이드’라고 명명되었다.(‘아난다’는 산스크리트어로 ‘희열’이라는 뜻이다.) 대마초 유사물질 수용기들은 하부 뇌뿐만 아니라 높은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피질과 기억의 장소인 해마상 융기에도 분포한다. 이것은 흥미로운 질문을 야기한다. 대단히 많은 사용자들이 대마초가 창조성과 활발한 연상작용 등 지적 활동을 증진시킨다고 주장하는데, 그 현상을 이러한 아난다마이드 수용기가 상부 뇌에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로써 설명할 수 있을까? 또 사용자의 시간감각을 변화시키는 마리화나의 능력과도 관계가 있는가? 셈세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물리적 세계를 마치 유년기의 신선함과 흥분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대마초의 기능은 어떤가? 이 수용기들에 대한 연구는 다방면에 걸친 대마초의 놀라운 능력을 우리가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줄 것이다.

의학연구자들은 많은 방해를 받았지만, 매우 예외적이고 어려운 여건 아래에서도 1971년 이래 대마초의 의학적 적용은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통상 새로운 약물은 제약회사들의 호송을 받으며 복잡한 연방규제들을 통과하게 된다. 이들 제약회사들은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잡아채어, 그것을 판매할 수 있는 소유물로 변신시키는 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를 내어 보호받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 많은 이유들로 인하여 대마초에 대해서는 어느 제약회사도 그런 노력을 할 성싶지 않다. 게다가 미국정부는 대마초의 의학적 유용성을 끈질기게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도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의학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몇가지 의학적 발견으로 약품으로서의 대마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되었다. 1970년대 초반, 당시 새로운 것이었던 항암화학요법이 초래하는 극심한 구토증을 대마초가 완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되었다. 합법적인 항구토제들보다 마리화나가 더 효과적인 때가 많았다. 거의 동시에 녹내장 환자에게서 마리화나가 안압을 확실하게 저하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지연시키는 데에 종래의 약들보다 대마초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많은 환자들은 (주로 다른 환자들에게서 들어) 알게 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에이즈 환자들이 그 병이나 약품이 유발하는 구토증을 대마초가 완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대마초는 그 환자들의 식욕을 증진시켜 체중 손실을 막거나 체중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의료용으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에이즈 환자들도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1985년에 처방약으로서 합법화된 합성THC(마리놀)를 복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발견했다.

대마초 자체를 처방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972년, ‘대마초 관련법 개혁을 위한 전국 조직’으로 시작되었고, 몹시 느리게 법률체계를 애써 통과해왔다. 1986년에 마약단속국 사무관은 그보다 7년 앞서 법원이 명령했던 공청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공청회는 1986년에 시작되어 2년간 계속되었는데, 환자와 의사들을 포함한 많은 증인들과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이 제시되었다. DEA 자체의 행정법 판사 프란시스 J. 영은 이 증거들을 실펴보고 1988년에 결정문을 제출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인정되고 있는 의학적 용도”라는 기준(통제의약품법이 정한 2급(처방) 약품의 기준)을 “의미있는 소수” 의사들의 찬성이 충분히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가운데 마리화나는 천연상태에서 가장 안전한 치유력을 가진 물질 중 하나이다. … 의사 감독 하에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 다른 결정을 공식적으로 내린다면 불합리하고, 독단적이며, 변덕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영은 나아가 “전체적으로 볼 때 마리화나 식물은 현재 (미국에서) 인정되는 의학적 용도가 있으며, 의사 감독 하의 사용에 안정성도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대마초를 1급 약물에서 2급 약물로 정식으로 분류를 옮겨도 좋다는 결론을 내릴 것”을 (DEA에) 권고했다.

DEA는 자기들의 행정법 판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리고 그들의 변호사의 입을 통해 “영 판사는 ‘존경할만한 소수의 의사들’이라고 그가 표현한 이들에게 의지해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소수란 몇 명인가? 전체 의사의 0.5%? 0.25%?”라고 비아냥거렸다. DEA 사무관 존 론은 더 나아가 마리화나의 의료적 유용성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고 잔인한 사기극”이라고까지 했다.

지난 20년 동안 대마초의 의료적 유용성은 더욱 확실해졌고, 그에 따라 그것을 합법적으로 손에 넣을 수 없는 환자들의 좌절감도 커져가는 것을 나는 목격하고 있다. 오직 무지하고 잔인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정책으로 인해 만들어진 불필요한 고통과, 자국의 시민들을 범죄자가 되도록 몰아넣고 있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은 마리화나를 의료적으로 쓸 줄 알게 되었고, 더많은 사람들은 그것의 유용성을 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체포 가능성과 법을 위반한다는 불안을 감수해야 하고, 저렴해야 마땅할 약을 사는 데 터무니없이 높은, 거리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금지로 인한 막대한 손실

『마리화나 재고』를 지금 다시 읽으면서 나는 화학, 약학, 의료적 용도 등의 몇 장이 시대에 뒤떨어졌음을 발견한다. 책에 표현된 생각 중 어떤 것들은 이제 내게도 약간 이상해 보인다. 내가 지금 책을 쓴다면 그토록 보수적인 어조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마리화나가 완전히 무해하다고 믿지는 않지만, 합법이건 불법이건, 오락용이건 의료용이건 간에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약들 중에서 대마초는 가장 덜 위험한 것에 속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책에서 내가 받은 또 하나의 인상은 엄격히 의료용도, 엄격히 오락용도 아닌 마리화나의 용처들을 내가 소홀리 했다는 점이다. 나는 1971년에 “내 목적은 이 약품과 그 특성에 대하여 상당히 정확하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그 위험과 유용성을 전망해보려는 것”이라고 썼다. 당시 나는 주로 나의 무지로 인해 ‘유용성’을 의료용에 한정해서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간의 경험으로, 나는 대마초가 의료용이라고는 할 수 없는 다른 유용한 성질들을 갖고 있단느 주장에 대해 훨씬 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가령, 나는 마리화나가 지적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제 확신하고 있다. 대마초는 사용자가 개념상의 경계를 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연상작용을 활발하게 만들고, 통찰력과 창조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전망을 얻거나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데 그것이 아주 유용하다는 점을 발견하고서 지적인 작업을 하기 전의 준비로 마리화나를 피운다. 이 사람들은 대마초가 유발한 의식상의 변화를 이용할 줄 알게 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도 대마초는 유용하다. 음식, 음악, 성적 활동, 자연의 아름다움, 기타 감각적 경험을 보다 강하게 느끼게 할 수 있다. 대마초는 조건과 상황이 맞으면 정서적 친밀감을 증진시킬 수 있고,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깊고 건전한 웃음을 유도해낼 수 있다.

대마초의 해악에 대한 도덕적 합의가 불확실하고 피상적인 이유는 마리화나가 비교적 해가 없고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한 탓도 있을 것이다. 당국은 대마초 유통 근절이 노예제도나 해적질, 천연두나 말라리아를 근절하는 것과 같은 것처럼 행동한다. 그들의 공식적인 견해는 마리화나를 아무도 절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가능한 모든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화나에 관해 훨씬 더 너그러운, 비공식적 민간의 지식도 존재한다. 이 나라의 수백만 명에 이르는 마리화나 사용자들 중 다수는 대마초 관렵법을 존중하지 않는데, 그것은 자기 나름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법에 대해 적개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의해 기만당했다고 믿으며, ‘당국’이 마리화나에 대해 해로운 성질이든 유용한 성질이든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마리화나 관렵법에 대하여 저항이 있으므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금지의 비용은 매우 크고 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연간 30만 명 이상이 마리화나에 관련되어 구속을 당하고 있다.

금지로 인한 손실에는 수량화할 수 있는 수십 억 외에도 계산하기 어려운 비용들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정부의 신뢰성 상실이다. 당국이 대마초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 청년들은 다른 약물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에도 냉소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게 된다. 금지로 인한 또다른 무서운 대가는 시민적 자유의 침해이다. 정보원 이용, 함정수사, 강제적 소변검사, 영장 없는 수색과 체포, 미국내법(Posse Comitatus Act : 민간인의 법집행에 군사력 사용을 금하는 법) 위반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 사회가 약물을 단속하면서 동시에 (시민의) 자유를 존중할 수는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대마초를 약으로 쓸 때와 아닌 경우를 법으로 구분하라는 요구 역시 확실히 비현실적이다. 마리화나는 20세기 제도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는 분류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많은 즐거움을 증진시키고, 의학적 가능성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둘이 포괄하지 못하는 다른 용도들이 있다. 일상의 불편(가벼운 통증)을 덜기 위해 흔히 사용되었던 일종의 치료법이 그런 경우이다. 일반인이 마리화나를 자가 처방하는 것과,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것은 많은 경우 크게 다른 일이 아니다. 이 놀라운 물질의 모든 가능성(의학적인 것을 포함하여)을 실현시킬 실효성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현재의 이중 규제 – 일반적인 처방약에 대한 규제와 향정신성 물질을 단속하는 특별범죄법 양쪽 모두에서 풀어주는 것이다. 이 이중의 법은 서로를 강화하면서 사회적 분류체계를 만들어내어, 마리화나의 독측하게 다면적인 가능성을 옥죄고 있다. 마리화나에 술과 같은 지위를 주어서 이것을 단번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즉 성인은 어떻게 사용하든 합법화하고, 의학적·범죄적 관리시스템에서 대마초를 완전히 풀어주는 것이다.

매번 예언이 틀렸으면서 마리화나의 운명에 대해 또다시 말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미국과 전세계가 이 약의 개인적·사회적 유용성과 현재의 금지로 인한 막대한 손실비용을 결국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아직 믿고 있다. 언젠가 오늘을 되돌아보며 20세기 대부분 동안 우리가 대마초를 왜 그렇게 괴팍하게 취급했는지 의아스럽게 여길 날이 올 것을 나는 희망한다. (김정현 옮김)

By | 2023-08-03T09:35:56+00:00 6월 27th, 2018|아카이브|대마초의 해방을 위하여 – 녹색평론 117호 (2011년 3-4월호)에 댓글 닫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