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마 의약품 첫승인…힘실리는 국내 의료용 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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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세계최초 대마 성분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승인…대마 의학적 효능 인정한 것
`대마=마약` 편협한 규제탓…국내 처방 불가능 그림의 떡
대마오일 향정신성 성분 無, 법개정해 환자 고통 줄여야…청와대 대마합법 청원 봇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대마로 만든 의약품을 난치성 뇌전증(간질) 치료제로 승인했다.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이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뇌전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대마 의약품 허용 요구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FDA는 지난달 말 대마에서 추출한 의약품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드라베 증후군 등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로 정식 승인했다. 항경련제가 듣지 않아 뇌수술을 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도 치료가 안 돼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해 FDA가 ‘패스트 트랙(의약품 허가심사 단축)’ 제도를 활용해 사용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드라베 증후군은 한 살 미만 영아기 때 발병해 다양한 유형의 발작을 유발한다. 4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뇌전증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항경련성 약물도 듣지 않아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에피디올렉스의 주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국내에서 대마 오일로 잘 알려진 CBD 오일은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홍삼처럼 건강기능식품으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에피디올렉스는 CBD 오일을 정제해 의약품으로 허가받은 것이다.

전 세계 의약품 허가의 표준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심사가 까다로운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대마 의약품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립됐다는 게 의료계 시각이다.

하지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마 추출 건강기능식품·의약품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여전히 에피디올렉스 처방은 그림의 떡이다. 뇌전증으로 발작하는 자녀를 보다 못해 외국에서 CBD 오일을 들여온 부모들이 ‘마약사범’으로 몰려 소변검사를 받고 모발 채취를 당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자녀를 위해 불법을 무릅쓰고 CBD 오일을 사용하고 있는 의사 김 모씨는 “CBD 오일은 환각을 일으키는 향정신성 성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올림픽 도핑에서도 제외된 물질”이라며 “국내 포털 사이트를 통해 해외직구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데도 한국에 들여오다 적발되면 ‘마약’ 취급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CBD 오일로 아이의 발작이 거짓말처럼 멈추는 것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 무슨 수를 쓰든 CBD 오일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의료용 대마 합법화’ 청원에는 1만5000여 명이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마 성분을 처방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의료계도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 때 처음으로 CBD 오일 관련 발표가 포함되기도 했다. 보통 의약품은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매허가를 내면 되지만 마약류 관련 의약품은 마약법과 대통령령에 의해 묶여 있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2015년 식약처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목적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1월에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오는 9월 정기국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열리더라도 법률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의 강성석 목사는 “아편이나 모르핀, 코데인 등 대마보다 훨씬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도 의료 목적 사용을 허용하면서 대마만 예외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마도 식약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세계적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CBD 예비보고서를 통해 CBD에 향정신성 성분이 없고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캐나다와 이스라엘, 중국은 물론 미국 전체 주의 절반 이상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상태다. 우루과이, 캐나다, 네덜란드가 의료용 대마를 수출하고 있고 호주는 보건장관이 직접 나서 규제완화를 통해 수출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미국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의료용 대마시장이 2025년까지 558억달러(약 6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By | 2018-07-19T17:34:16+00:00 7월 19th, 2018|뉴스|美 대마 의약품 첫승인…힘실리는 국내 의료용 대마에 댓글 닫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