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 출간기념 북콘서트 요약문

질문 : 유독 한국에서만 대마의 모든 성분을 불법화한 이유는 뭘까요?

저자 :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없어요. 책에 연표를 실어놓았는데요,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마 규제와 처벌, 합법화의 흐름이 언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있어요. 한국에서 대마가 불법화된 것은 70년대이고요, 당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도 대마초를 심하게 탄압했단 말이죠. 박정희 정권도 이 정책을 별 연구 없이 따른 것 같아요. 연구를 하지 않았으니 70년대 정책이 4-50년 동안 그대로 굳어져온 거죠.

사회자 코멘트 : 70년대 닉슨 대통령이 히피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의사와 연구자들 이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나섰어요. 대통령조사위원회에서 “대마는 마약”이라고 규정하려고 했으나 이에 맞서는 의사와 연구자들이 있었기에 대마 합법화 논의가 시작되었죠. 하지만 한국은 당시 군사독재정권 아래에 있어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마에 대한 임상연구가 없었어요. 한국인이 대마에 대해 연구한 사례를 딱 하나 발견했던 적이 있어요. 위암 연구였는데요, 심지어 해외논문으로 출간되었더라고요. 마약류 학술연구자로 임상시험 신청하면 연구가 법적으로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신청연구자가 한 명도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구자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 할아버지가 천식으로 돌아가신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대마 관련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자료는 어떻게 구하셨어요?

저자 : 한국에는 연구 자료가 정말 없어요. 각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참고자료가 거의 다 미국과 캐나다의 논문과 사례에요. 해외의 연구 자료나 기사를 읽으면서 퍼즐을 맞춰간 거죠.

질문 : 의료용 대마초가 정말로 트라우마와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가가 오늘 북콘서트 제목 인데, 질병의 치유력은 많이 알려져 있으나 트라우마는 정말 치유가 가능한가? 트라우마, PTSD를 앓게 되면 뇌구조가 아예 바뀐다고 하던데 (베트남전 참전용사, 심각한 가정폭력 등)

저자 : 카나비노이드 성분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 중추신경계와 결합되면 사람이 안정되어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요. 원래 인체에서 자체적으로 카나비노이드를 생산해서 기분이나 기억, 정서조절을 하는데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트라우마 이후 만성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환자는 여기에 장애가 생깁니다. 그래서 식물성 카나비노이드가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장애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고요. 관련된 연구 자료도 많습니다.

강 : 뇌전증 환자 가족, 암환자, 시한부 판정받으신 분들, 신경정신과 치료받는 분들의 상담을 많이 받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간 환자가 의사가 써준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가면 대마를 처방받을 수 있거든요. 이것이 우리 운동본부에서 요구하는 것이고요. 만약 한국에서도 미국과 캐나다처럼 의사의 처방전만 있으면 대마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어떨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

참석자 : 운동, 햇빛 쬐기, 명상 등의 해소방안이 있는데도 굳이 대마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싶네요. 의료용이라 하더라도 대마 합법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저자 : 저도 질병을 치유하는데 굳이 대마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예를 들면 심리상담도 있고, 다른 방법도 많은데. 제가 내린 답은 대마에 부작용이나 위해성이 적고, 오히려 유익함이 많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다는 이유로 또 다른 가능한 방법을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거고요. 트라우마 환자의 경우 술을 굉장히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요. 알콜 중독 등 다른 중독에 빠지기 쉬워요. 그게 일시적으로 잊는 데에만 도움이 되지 실제로 치유가 되나요. 하지만 대마의 카나비노이드는 실제로 신경계를 회복시키고 몸의 염증이나 질병을 치유해주거든요. 그래서 합법화가 필요한 거에요.

사회자 코멘트 : 현재 긍정적 논의가 계속 되고 있어요. 안동은 원래 삼베로 유명하거든요. 삼베는 대마에서 나오는데 추석 전에 안동시 차원에서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에 힘을 쏟겠다는 발표도 했고요. 현재 대마를 둘러싼 한국의 상황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에서도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책 출간으로 합법화 시점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참석자 : 자연치유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통합의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운동에 함께 하게 되었고요. 생리통, 관절염 같은 사소한 질병에 대마가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증 질환자의 통증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 : 예, 중증환자들을 위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암, 에이즈, 극심한 통증 등의 질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대마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고요. 하지만 우리가 겪는 자잘한 질병에도 대마가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여전히 대마는 마약이라는 프레임에서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사실 대마를 식품이나 영양제, 진통제, 의약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거든요. 현재 나와 있는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것도 이미 증명이 되었으니까요. 흡연 방식 외에 패치 등 다양한 용법으로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겠죠.

참석자: 제일기획 카피라이터가 ‘의료용에 대한 합법, 불법’으로의 접근은 법안 개정을 고 려했을 때 그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더라고요. 법 개정을 고려했을 때 문구, 용어를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하지 않나요. 또 만약 법 개정이 됐을 때 대마수급은 어떻게 하나요. 100% 수입일 거란 말이죠. 법 개정을 하면 해외에 돈이 엄청 나갈 거란 말인데 합법화 그 이후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자 : 캐나다의 경우 합법화가 된 시점부터 재배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농부들에게 재배허가증을 내어줬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서 정부에 납품했고요. 담배농사도 비슷한 것 아닌가요?

사회자 코멘트: 캐나다모델, 미국모델, 우루과이 모델, 유럽모델 등 대마 수급에 대한 모델은 굉장히 많이 있어요. 캐나다 총리는 의료용만이 아니라 모든 용도로 대마를 완전 합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고요.

저자 : 지금 우리 사회에서 아픈 사람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요, 이건 우리 내부에서 치유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암환자, 에이즈, 치매 등 중증환자 등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사회가 팍팍해지고 살기 어려워질수록 트라우마를 겪고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거라고 생각해요. 자살율이 높은 것도 이거랑 관련이 있고요. 외상을 겪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나면, 뇌에 자극에 대해 위험하다며 경고를 보내는 부위가 있어요. 그 부위가 항상 각성되면 몸이 긴장하고 주위가 계속 좁아지거든요. 이렇게 몸이 긴장되면 여기저기 아파서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패닉에 빠지는 경우도 있음. 소화가 잘 안되고 24시간 내내 악몽에 시달리거나 하는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돼 나중에 암으로 발전될 수도 있어요.

사회자 코멘트: 카나비노이드가 암을 치유한다는 말이 황당할 수도 있지만 네이쳐지에 실린 연구결과 에 실제 암세포 수를 줄여주는 임상실험 결과가 있어요.

참가자 : 페이스북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요. 약 복용과 집단상담, 입원 등 모든 조치를 했으나 트라우마 증상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증 상을 치유하기 위해 대마가 마지막 방법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한 마음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자 :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장애에 오랫동안 시달리는 경우 미국에서는 대마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불안장애를 손쉽게 잠재울 뿐만 아니라 cbd가 손상된 뇌나 신경계를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 부분도 우리가 합법화를 고민할 수 있는 지점이 되겠죠.

사회자 코멘트 :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규제가 심하지만 현재 cbd 오일은 합법화되어 있습니다.

참석자 : 저는 비범죄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범죄화를 동반하지 않고 합법화된 사례가 없는 것 같거든요. 이건 불법이지만 누구나 하고 있는 성노동 논쟁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 : 네, 저도 비범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우리가 질문을 던져야 해요. 예를 들면 왜 우리는 대마를 빌미로 어떤 사람에게 사회적인 폭력을 행사할까? 최근에 한 가수가 신경안정제를 많이 먹어서 중환자실에 갔잖아요. 그 사람에게 대마가 해로웠을까, 아니면 신경안정제가 해로웠을까? 어쩌면 일차적으로는 사람들의 폭력이 오히려 그 사람에게 더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물어야죠. 또 비범죄화는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함께 연구하고 생각해볼 주제들이 많거든요. 건강, 인권, 사회안전 등 여러 방면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이렇게 질문을 공유하면서 비범죄화와 합법화 논의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By | 2017-10-23T20:36:26+00:00 10월 23rd, 2017|아카이브|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 출간기념 북콘서트 요약문에 댓글 닫힘